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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자연 QUALITY CONTROL

표준자연 QUALITY CONTROL

오랫동안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작업을 해 온 두 작가 한석현(한국)과 울리 베스트팔(독일)이 이번에 서울에서 [표준자연┃Quality Control]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전시회를 갖는다. 그들은 자연을 향한 인간의 태도, 그 가운데서도 특별히 ‘음식-자연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자연의 산물인-’에 천착하여 인간이 그 생산 과정을 통제하는 방식과 음식의 외형에 대한 판단에 주목한다.

오늘날 슈퍼마켓에서 진열되어 판매되는 과일과 채소, 레스토랑에서 내놓는 음식들의 외형은 마케팅 차원에서의 엄격한 미적 기준을 통과한 것들이다. 현대 사회의 식품 산업 시스템은 모양, 색, 크기 등등 세부 항목들의 규격 범위 바깥의 것들을 거부한다. 영양적으로도 식용으로도 완벽한 음식들이 ‘팔리기에 충분히 아름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폐기되어 대량의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그들을 생산하기까지 들인 에너지와 노동과 자원은 무의미하게 소실된다.

두 작가는 이런 현대 식품 산업의 불합리한 행태에서 배척당한 ‘못생긴’ 먹을 것들을 무대에 올려 조명을 비춘다. 설치와 사진, 조각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서 현대 인간들이 가진 ‘아름다움’이란 고정 관념에 균열을 일으킨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름다운 당근들의 세계

울리 씨는 키가 크고, 목소리가 낮고 웅얼거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석현 씨는 키가 작고, 정확한 발음과 명쾌한 말투로 말합니다. 둘의 대화는 아마도 약간의 이질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중에 천천히 각자 맴돌다 불쑥 교차하지 않을까 상상합니다. 이번 전시회의 이름 [표준자연|Quality Control]이 정해진 과정이 그랬지요. 위스키와 부추전이 있었고, 모니터 두 대가 깜빡이고 있었고, 석현 씨는 자린고비 이야기를 했고, 울리 씨는 그 조금 전 제게 그의 작품 ‘Elephas anthropogenus(코끼리 상상도 연대기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에 대한 설명을 막 마친 참이었습니다. 슈퍼마켓과 텔레비전, perspective, 아름다움, standard, food industry, factory, Quality control 같은 말들이 띄엄띄엄 지나가는데 울리 씨가 문득 ‘Standard of Nature?’라고 말했고, 석현 씨는 ‘어, 그것 좋다, 표준 자연!’이라고 반색했지요. 서로 모순되는 의미를 내포한 ‘자연’과 ‘표준’이 충돌하면서 ‘표준 자연’은 실체 없는 공허한 말이 되어, 그들의 화두,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자연의 산물을 취사선택하고 배제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데 상당히 적확한 것이 되었다고 석현 씨는 흡족하고 울리 씨는 별 대꾸 없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저는 그 역설적인 단어 조합이 만들어낸 선언적이고도 정돈된 어감과 약간의 비아냥거리는 태도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역시 전시회에 대한 회의를 하던 울리 씨가 불쑥 ‘Quality Control’을 내뱉었답니다. 천천히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석현 씨는 럼주를 한 모금 마신 후 한참 후에 ‘표준 자연’과 ‘Quality Control’을 나란히 놓습니다.

근본적으로 비슷한 자연관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사뭇 다른 장소들을 사뭇 다른 움직임으로 누벼온 두 예술가는 얼마 전 각자 모아온 ‘못 생긴 농산물’들을 한아름 안은 채로 마주쳤습니다. 그들은 진열대 위에 쌓인 매끈하게 매만져진 반질한 토마토 더미를 향해 묻습니다. 뻐드렁니 모양 토마토는 어디에 있습니까? 코끼리처럼 생긴 감자는 왜 없습니까?

생각해보면, 외모부적절로 비매품/불량품이 된 (그러나 너무나 당근 자체인) 당근도, 마케팅차원에서 지향하는 당근의 이상형을 구현해낸 당근(지금 당신 머릿속에 떠오른 바로 그 모양의 당근)도 자연 속에서는 아무런 차이도 동일성도 없는 제 스스로 충분한 개체들이지요. 그럼에도 현대 식품 산업의 비정하고 편협한 ‘Quality control(품질 관리)’ 방식 안에서는 후자만이 옳은 당근이고, 그렇게 선택되고 만들어진 양파와 감자와 호박들로 현대인의 ‘표준 자연’이 구축됩니다. 두 작가는 이 실체 없는 ‘표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다시 말해 ‘자연’에 실재하나 상품성미비라는 뭐라 대꾸하기 난감한 이유로 정체성을 부정 받고 우리의 일상과 시야에서 배제된 ‘형형색색’의 우아한 가지, 발랄한 토마토, 유머 넘치는 당근들-어쩌면 ‘예술’의 현실태인 듯 싶은-로 현대 식품 산업의 일그러진 오만함과 근본 없는 상술, 현대 사회가 자연에 대고 부리는 한심한 꼰대질을 상냥한 태도로 폭로하고, 현대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빈약하고 편협한 관념의 가장자리를 툭툭 칩니다.

울리 베스트팔 작가의 ‘The Mutato-Archive’을 빼곡하게 채운, 한석현 작가가 오랫동안 수집한 ‘못생긴’ 혹은 ‘특별한’ 농산물들 앞에서 저는 탄식했습니다. 인스타그램, 텔레비전, 길거리가, 그러니까 일상이 갖은 ‘예쁜’ 음식(이미지)들로 가득 찬 지금 여기, 그 장소에 사는 당신과 나의 손가락에 닿는 규격 안의 것들, 그 손가락들이 닿지 않는 곳에 은폐되고 폐기된 규격 밖의 어떤 녀석들, 제 의지로 제 모양새를 완성한 ‘참으로 예술적인’ 그 아이들의 수, 본 적 없는 아름다움에 대해 말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흔적을 찾아 시장과 마트, 밭을 구석구석을 헤맨 두 작가–현대 ‘표준 남성’의 규격外 스타일을 가진 독특한-의 닳은 신발 뒤축 같은 것들도 상상했죠. 그러다 ‘나’는 그들의 오브제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닐 것인가 생각하다 어느 쪽이든 그리 간단치가 않다는 느낌에 복잡한 심정이 들었는데, 일단은 천천히 울리 씨와 석현 씨가 내 놓은 저 아름답고 독보적인 생명체들 앞을 한동안 서성여볼 참입니다.

-나원 Nawon(작가)

한석현 Han Seok Hyun

울리 베스트팔 Uli Westphal

한석현 Han Seok Hyun

한석현은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 전문사 과정을 수학했다.

그의 작품은 자연에 대한 경외와 환경에 대한 공통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현대미술과 생태학적 실천 ecological practice 의 확장적 결합을 모색하고 그와 관련된 사회적 현상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는 작업이다. 최근의 관심사는 현대미술과 인공정원 그리고 식물공장에 관한 관심을 주제로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식량과 경관을 목적으로 식물을 재배하면서 고안되었던 수많은 방법들과 현대에 이르러 사물의 표준으로 불려지는 ISO(the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에 대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유기체가 표준화되면서 겪게 되는 현상들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보스턴미술관의 기획전(2016)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현재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베타니엔 스튜디오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서울과 베를린의 도시 안에서의 자연이 어떠한 방식으로 다뤄지고 있는가를 비교 분석하면서 작업하고 있다.

울리 베스트팔 Uli Westphal [작가 홈페이지]

울리 베스트팔은 미국 볼티모어 소재 메릴랜드미대(MICA)에서 멀티미디어와 환경예술을, 네덜란드 엔스헤데 미술대학(AKI)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그는 독일 베를린예술대학(UDK)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인간이 자연을 인지하고, 표현하고, 변형하는 방식을 다룬다. 특히 그는 오해(misconceptions)와 이념(ideologies)이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을 어떻게 형게 하는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최근 음식산업을 통해 자연이 어떻게 묘사가 되고 변형되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울리 베스트팔의 작품은 종합적이고 연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컬렉션과 분류시스템, 시뮬레이션과 실험 등이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전 세계 갤러리와 박물관에서 전시를 하고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책과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가장 최근 개최된 개인전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한 “트랜스플랜테이션(장기이식)”(2014)과 미국 아이다호 주의 보이쉬 밍스튜디오의 “코르누코피아(풍요의 뿔)”,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오달리스갤러리의 “휴먼네이처(인간본성)” 등이 있다.

#1 [표준자연 | QUALITY CONTROL] 전시 오프닝에 초대합니다.

일시 2016.09.05(월) 17:00 - 18:00
장소 서울시청 본관 8층 하늘광장 갤러리

⁃ 자연의 아름다움을 경험하세요.
못생기거나 특이한 모양의 농산물을 가져오면 작가가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만든 아트북을 추후 증정해 드립니다.

⁃ 작가들과 함께 하는 미니 토크
웃긴 감자, 발랄한 당근을 찾아 시장과 밭을 헤맨 두 작가 한석현 X 울리 베스트팔이 그들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 못난 농산물, 맛난 먹거리가 되다.
규격을 벗어난 자연의 아름다움을 돌아보고, 각양각색 과일과 채소로 만든 슬로푸드도 맛보세요.

#2 온라인 참여 이벤트 "나의 특별함을 받아줘"

⁃ FIND A NEW BEAUTY!
못생기거나 특이한 모양의 채소나 과일을 촬영하고 나만의 사연을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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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G YOUR PHOTO!
#표준자연, #(4글자의 사진제목) - 2개의 해시태그를 달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려주세요.

uglyfruits(2)

⁃ BENEFIT
가장 독특한 사진을 올려주신 분을 선정하여 경품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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